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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만 당뇨병 시대... "정복 대상 아닌 '평생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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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가 당뇨병에 좋다", "혈당조절이 잘 되면 약을 줄일 수 있다", "증상 없으니 아직 괜찮다" 진료실 안팎에서 흔히 들리는 당뇨병에 대한 오해들이다. 이에 대해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김성래 교수(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런 와중에 국민 6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 550만 시대, 그러나 진단조차 받지 못한 '숨은 환자'가 135만 명에 이르고, 치료를 받으면서도 목표 혈당에 도달한 비율은 32.4%에 그친다.

잘못된 통념, 임상적 관성, 단편적 관리가 만든 빈틈에서 합병증은 오늘도 조용히 자라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새로 받아들여야 할까. 김 교수가 강조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정석'이다. 그리고 그 정석의 출발점은 "당뇨병을 정복할 대상이 아닌 평생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김 교수에게 당뇨병 치료의 현실과 전망을 물었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약 550만 명에 이른다. 이 수치를 어떻게 봐야 하나.
전체 국민 중 550만 명이 당뇨병이라는 것은 대략 6명 중 1명이라는 뜻이다. 정말 큰 문제다. 전 연령대, 전 세대에 걸쳐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국민병'이라고 봐야 한다. 환자가 워낙 많다 보니 오히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하고 가볍게 여기는 시선도 있는데, 사실 당뇨병은 처음부터 올바르게 치료하면 정상인과 똑같이 사회·경제 활동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병이다. 반면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된다. 환자가 많아질수록 의료비 지출은 급증하고, 합병증으로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면 결국 국가 경쟁력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2030 세대 환자가 늘고 있는데, 이들이 앞으로 수십 년간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살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결국 당뇨병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보건학적 난제가 될 것이다.

자기가 환자인 줄도 모르는 '숨은 당뇨병' 환자가 약 135만 명에 이른다.
환자분들이 가장 잘못 생각하시는 점이 '증상이 없으면 괜찮다'는 인식이다. 그런데 당뇨병에서 가장 무서운 점이 바로 그 '조용함'이다. 그래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우리나라는 국가건강검진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어서 빠지지 않고 받기만 해도 위험한 환자나 당뇨병 전 단계를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다. 그런데 검진을 소홀히 하시거나, 결과가 나와도 '나는 아무 증상이 없는데' 하고 흘려버리는 분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우리나라 건강검진은 주로 공복혈당 위주로 측정하는데, 사실 나이가 들면서 혈당이 올라갈 때 식후혈당이 공복혈당보다 먼저 오르는 경우가 많다. 공복혈당은 정상이지만 식후혈당으로는 이미 당뇨병 기준에 들어가 있는 환자를 일반 검진에서 놓치는 셈이다. 이렇게 숨은 당뇨병을 그냥 두면 환자도 모르는 사이에 전신의 미세혈관과 대혈관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수도관에 맑은 물이 흐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진한 설탕물이나 꿀이 흐르면 관 안쪽이 부식되며 모든 문제가 생기는 것과 같다.

당뇨병 합병증은 어떤가.
내가 학생 때만 해도 투석의 가장 많은 원인은 사구체신염 같은 질환이었고, 당뇨병성 신증으로 인한 투석은 한 서너 번째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투석을 시작하게 되는 가장 흔한 원인이 당뇨병이 된 지 이미 10여 년이 넘었다. 그러나 당뇨병은 잘만 관리하면 100세까지 합병증 없이 천수를 누릴 수도 있는 반면, 조절을 너무 안 하면 20대에 이미 망막병증으로 거의 실명 상태가 되거나, 다리가 썩어 들어가 절단하는 일도 생긴다. 특히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이 30대에 오는 환자도 꽤 많다. 진단이 1년 늦어질수록 망막병증·신증·신경병증 같은 미세혈관 합병증은 물론 치명적인 대혈관 합병증의 위험도 함께 커진다.

치료받는 환자 중에서도 목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12년부터 짝수 해마다 '당뇨병 팩트시트'를 발표한다. 처음 발표 당시 당화혈색소 6.5% 미만 달성 비율이 25%에도 미치지 못해 깜짝 놀랐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2022년까지도 사정은 비슷했고, 그나마 2024년 데이터에서 약 32.4%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이 역시 3분의 1 가량만이 목표 수치를 달성한 것일 뿐이다.

병을 잘 관리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은 '많이'가 아니라 '규칙적으로' 식사한다는 것이다. 간식은 거의 안 드시고, 커피도 아메리카노 위주로 드신다. 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분들은 밥은 조금 먹어도 중간에 고구마 하나, 사과 하나, 몸에 좋다는 견과류, 변비 때문에 요거트를 아침저녁으로 드시는 식이라 조절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몸에 좋다더라'는 잘못된 정보다. 예전에는 '뽕잎', 요즘에는 '돼지감자'가 유행이다. 돼지감자가 당뇨병에 좋다는 얘기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오해에서 시작됐다. 돼지감자에는 '이눌린(inulin)'이라는 식이섬유가 일반 감자보다 많이 들어 있는데, 누군가 이 '이눌린'을 '인슐린(insulin)'으로 잘못 본 것이다. 인슐린은 펩타이드 호르몬이라 '식물성 인슐린'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도 환자들이 돼지감자를 잔뜩 드시다가 혈당이 너무 높아져 응급실로 실려온 사례가 학회에 보고된 적도 있다. 또 '먹는 알부민'을 드시는 분도 많은데, 알부민은 단백질 성분이라 위에서 다 소화돼버린다. 그래서 환자분들께 늘 강조한다. "앞으로 평생 사시면서 누가 '뭐가 당뇨병에 좋다더라' 하는 것만 안 하시면 된다"고.

의료진 측 책임도 분명히 있다. 환자를 철저히 관리할수록 저혈당 빈도가 높아지고 교육 시간도 길어진다. 그러다 보니 '조절이 조금 안 돼도 당장 큰일 나는 건 아니니까' 하며 기존 처방을 그대로 유지하는 '임상적 관성(clinical inertia)'이 작동하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의 '통합관리', 어떤 의미인가.
당뇨병 환자의 약 70%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고, 이상지질혈증도 함께 가지고 있다. 진료실에서 보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세 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데, 정작 세 가지 목표 수치를 다 달성하고 있는 분은 약 15.9%에 불과하다. 우리가 당뇨병을 열심히 치료하는 궁극적 이유는 결국 심혈관 질환을 줄이려는 것인데, 혈압이나 지질 수치를 그냥 둔 채 혈당만 잡으면 한계가 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동맥경화증을 촉진하는 '공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수치를 모두 잘 관리하는 '통합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 치료에 있어서는 'abcde'라는 표현을 쓴다. a는 '헤모글로빈a1c(당화혈색소)' 즉 평균 혈당, b는 'blood pressure' 혈압, c는 'cholesterol' 콜레스테롤, d는 'diet' 식이, e는 'exercise' 운동이다. 이 다섯 가지를 함께 챙기는 다인자적 접근이 생존율을 높이는 길이다. 다만 진료 시간이 2분을 조금 넘는 정도여서 abcde를 다 다루기엔 의료진도 환자도 시간이 빠듯한 점은 늘 아쉬운 부분이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에 약 복용 시점을 미루거나 약을 줄이고 싶어 하는 환자도 많다.
환자분들이 정말 자주 하시는 말씀이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데 꼭 먹어야 하느냐"이다. 하지만 당뇨병은 감기처럼 며칠 약 먹고 낫는 병이 아니다. 그래서 환자분들께 "오래 먹어서 문제가 되는 약은 애초에 당뇨병 약으로 개발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린다. 또 조절이 잘 되면 "이제 약을 줄일 수 있느냐"고 물으시는데, 그럴 때는 이렇게 되묻는다. "지금 안경 끼셨죠? 잘 보이니까 이제 도수를 좀 낮춰볼까요?" 그러면 다들 "그건 아니죠"라고 하신다. 약을 적게 먹는 게 목표가 아니라, 목표 수치를 유지하고 합병증을 만들지 않는 것이 진짜 목표다.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장기적으로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대사 기억(metabolic memory)' 또는 '유산 효과(legacy effect)'라는 개념인데, 초기에 철저하게 혈당을 조절한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이 5~10년 뒤부터는 비슷한 수준으로 관리한다고 해도, 20~30년이 지난 시점에는 초기에 열심히 치료한 군에서 합병증이 훨씬 덜 생긴다는 결과가 있다. 좀 우스운 비유 같지만, 나는 당뇨병 치료가 수능 공부의 '국·영·수' 기초 같은 거라고 말한다. 처음에 기본기를 잘 다져둔 학생은 고2 때 잠깐 놀아도 고3 때 정신 차리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만, 기초 없이 고3 때 갑자기 몰아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이제부터 잘하면 되지'가 아니라, 과거에 조절이 안 된 정도와 그 기간이 길수록 20~30년 뒤 합병증도 그에 정비례해 나타난다.

최근 연속혈당측정기(cgm) 같은 스마트 기기가 많이 도입되고 있다.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당화혈색소 검사는 1년에 6번까지 보험이 적용된다. 최근 2~3개월 평균 혈당을 보는 검사라 1년에 적어도 3~4회 측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합병증 발생도 이 수치에 정확히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약 30%가 1년에 한 번도 당화혈색소를 측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cgm과 같은 스마트 기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cgm은 보통 2주 정도 혈당을 5분 단위로 계속 측정해 주는 기기다. 환자들에게 비유로 설명하자면, 환자가 특정 시간에 한 번씩 혈당을 측정하는 것은 영화 '포스터'를 보는 느낌이다. 포스터만 봐도 어떤 영화인지 대략 알 수 있다. 당화혈색소는 영화 '예고편'에 가깝다. 꽤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유튜브에서 영화를 3~5분으로 정리해 주는 '요약 영상'을 보는 느낌이다. 결말까지 알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환자들도 그래프를 직접 보면 식습관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다.

또 환자들 사이에는 '고기는 나쁘고 야채는 좋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같은 고기라도 스테이크나 수육처럼 먹으면 밥보다도 혈당이 안 올라가지만 불고기나 양념갈비처럼 양념이 달고 짠 음식은 혈당을 많이 올릴 수 있다. 즉, '고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조리하고 어떻게 간을 했느냐'가 핵심임을 환자가 직접 데이터로 깨닫게 된다.

국가 차원에서 어떤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나.
먼저 국가건강검진 체계부터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 약 135만 명이나 되는 당뇨병 미인지 환자가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부끄럽고 아쉬운 수치이며, 현행 시스템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국가건강검진은 공복혈당만 측정하기 때문에,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지난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당화혈색소 검사가 필요하다. 이미 채혈을 한 김에 당화혈색소 항목 하나만 추가해도 진단에 획기적인 도움이 된다. 그래서 대한당뇨병학회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당화혈색소를 포함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현재 당뇨병 환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한다. 이들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1년에 5~10%씩 당뇨병으로 넘어갈 수 있는 예비 환자다. 이들을 정식 의료체계 안에서 교육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신규 환자 양산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국가적인 예방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 한편 국가에서도 고혈압·당뇨관리사업,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일만사)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선에서 환자에게 얼마나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 식이 교육 같은 부분은 일반 의원 원장님이 바쁜 진료 시간에 직접 하기 어렵고, 의원마다 영양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한 통합적이고 실질적인 국가 차원의 체계 마련이 앞으로의 과제다.

마지막으로 환자와 의료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당뇨병이 6개월에서 1년 안에 완치되는 병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서 당뇨병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일정 기간 치료해서 끝내는 병이 아니라, 평생을 동반자처럼 함께 가며 관리하는 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잘만 관리하면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다. 못 할 게 없다. 진단받고 낙심하는 젊은 환자들에게 나는 늘 "관리만 잘하고 건강하게 살면 이 세상에 못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단, '관리만 잘하면'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을 뿐이다.

당뇨병은 절대 못 고치는 난치병이 아니다. 오히려 더 건강한 삶을 누리는 계기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참고로 대한당뇨병학회는 환자들을 위한 유튜브 채널 '당뇨병의 정석'을 운영하고 있다. 정석과 같은 올바른 정보를 전한다는 의미로 이름 붙였고, 식사·운동·자기관리 등 수백 개의 콘텐츠가 올라가 있다. 시간 날 때 한두 개씩이라도 보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뇨병, 절대 어려운 병이 아니다. 정석대로 치료하면 누구나 잘 관리하고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